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먼 길에 먼지가 일 때
깊은 밤 좁은 다리 위에서
방랑객이 비틀 거릴 때
나는 너를 본다

희미한 소리의 파도가 일 때
이따금 모든 것이 침묵에 쌓인
조용한 숲속에 가서
나는 너를 듣는다

너와 멀리 있을 때에도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는 나와 가까이 있기에
태양이 지고 별이 곧 나를 위해 반짝이겠지

아, 네가 이곳에 있다면

- 괴테
2013/04/29 23:08 2013/04/29 23:08
sㅐ가 그를 가지지 않음으로
그는 나로부터 자유롭고
나로 인해 완전히 그일 수 있는
그에게

나 또한 가져지지 않길 원한다
2013/04/15 14:39 2013/04/15 14:39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2012/10/15 15:03 2012/10/15 15:03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2012/10/10 11:07 2012/10/10 11:07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2012/09/14 12:24 2012/09/14 12:24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런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2011/11/22 13:10 2011/11/22 13:10

행복 - 유치환

지식/시 2011/10/21 00:49
행 복 -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11/10/21 00:49 2011/10/21 00:49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2011/10/13 20:11 2011/10/13 20:11
헝클어진 머리칼

18, 「清水(きよみづ)へ、祇園(ぎをん)をよぎる、櫻月夜(さくらづきよ)、こよひ逢ふ人、みなうつくしき」 기요미즈에, 기온 지방을 지나는 벚꽃 핀 달 밤 오늘 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도다.

2011/09/18 03:39 2011/09/18 03:39

요술 - 한용운

지식/시 2010/08/22 21:12

가을 홍수가 작은 시내의 쌓인 낙엽을 휩쓸어 가듯이,
당신은 나의 환락의 마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나에게 남은 마음은 고통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가기 전에는 나의 고통의 마음을 빼앗아 간 까닭입니다.
만일 당신이 환락의 마음과 고통의 마음을 동시에 빼앗아 간다.하면,
나에게는 아무 마음도 없겠습니다.

나는 하늘의 별이 되어서 구름의 면사로 낯을 가리고 숨어 있겠습니다.
나는 바다의 진주가 되었다가,
당신의 구두에 단추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만일 별과 진주를 따서 게다가 마음을 넣어         
다시 당신의 님을 만든다면, 그때에는 환락의 마음을 넣어 주셔요.
부득이 고통의 마음을 넣어야 하겠거든,
당신의 고통을 빼어다가 넣어 주셔요   
그리고 마음을 빼앗아 가는 요술은 나에게는 가르쳐 주지 마셔요.
그러면 지금의 이별이 사랑의 최후는 아닙니다.

2010/08/22 21:12 2010/08/22 21:12